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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리뷰

아이온 2 - 마지막 이야기

by 리막 2026. 6. 29.

아이온 2 - 마지막 이야기


 

아이온 2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25년 11월이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게임을 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했고,
항상 PvE 상위권에서 게임을 진행했었다.

컨트롤에도 나름 자신이 있었고,
비슷한 MMORPG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아이온에 미쳐 있던 시간 동안에는 수면 시간도 3~4시간으로 줄여가며 게임을 했다.

이렇게 열혈하던 유저가 5월에 아이온 2의 결제를 멈추게 되었고,
그날을 기점으로 아이온 2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정말 열정적으로, 그리고 충성하던 유저가 게임을 떠나보내게 된 과정을 떠올리며
그 이유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1. 운영 피로도

모든 라이브 방송은 다 챙겨볼만큼 애정했다.

아이온 2는 이전 포스팅들에서도 이야기했듯,
운영진의 활발한 소통을 기반으로 게임이 성공한 케이스였다.

이러한 모습을 장점으로 극찬하며 포스팅해왔지만,
오히려 너무 잦은 소통으로 인한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대표적인 예시는 캐릭터 숙제에 대한 운영진의 일관되지 못한 태도였다.

출시 초 아이온 2는 본캐 위주의 게임이었다.
대다수의 내실이 캐릭터 단위로 귀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배럭은 탐험이나 불의 신전 정도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종 완화 패치가 진행되던 중,
대다수의 내실이 계정 귀속 형태로 변경되면서 다배럭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본 캐릭터는 하나만 운용하고,
4~5개의 부캐릭터를 상위 원정까지 플레이하게 되면서 플레이 타임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본 캐릭터들의 성장이 일정 수치에 도달하여 키나 소모가 줄어드는 시점에,
부캐릭터들은 키나를 찍어내는 공장처럼 동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게임 내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갑자기 1캐릭터 위주로 오드에너지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운영 방향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다시 1캐릭터 위주로 변경되자 유저 이탈이 늘어났고,
운영진은 다시 업데이트를 롤백하는 듯한 기이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나는 이러한 일관되지 못한 기획 방향을 보며
아이온 2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다.


2. 직업 밸런스 패치

2026년 4월 밸런스 패치

아이온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가던 중,
아이온 2는 대규모 직업 밸런스 패치를 예고하게 된다.

캐릭터별로 너무 많은 시너지가 존재했고,
그로 인해 특정 직업 조합이 강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운영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업 간 시너지를 줄이고 각 직업의 성능을 균등하게 맞추겠다는 방향을 발표했다.

필자가 플레이하던 직업은 검성이었다.

아이온 2 캐릭터 생성창의 공식 설정

검성은 대검을 사용하는 근접 딜러이자,
서브 탱커 포지션에 속하는 직업이었다.

이해를 위해 아이온 2의 전투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보스 전투는 크게 스킬 패턴, 기믹, 기본 공격으로 나뉘어 있었다.

보스의 스킬 패턴은 대부분 보스 주변이나 멀리 떨어진 대상을 장판으로 공격하는 방식이었고,
기믹은 파티원들이 함께 파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정 간격으로 보스가 사용하는 기본 공격은 회피가 불가능했고,
딜러가 맞았을 때 위협적인 수준의 피해를 주었다.

그렇기에 이 기본 공격을 받아줄 어그로 탱커가 필요했고,
대부분 이 역할은 수호성이 맡고 있었다.

다만 수호성의 유저 수는 많지 않았고,
수호성이 없는 파티에서는 검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너지 패치 이전 검성의 데미지는 타 딜러 대비 확실히 낮은 수준이었고,
고점 또한 다른 직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 통계 사이트를 통해 확인되고 있었다.

패치 이후의 신규 원정에서의 딜 그래프

그렇기에 이번 패치에서 어느 정도의 상향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패치 당일 공개된 패치 노트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검성의 상향 내역은 버프 스킬 일부 추가에 그쳤고,
다른 직업들은 시너지를 삭제당하는 대신 그만큼의 데미지 증가 버프를 받게 되었다.

그 결과 파티 기준으로 원래 25~30% 수준이던 내 검성의 딜 지분은
15%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검성 자체의 데미지가 하향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기존에 받던 각종 시너지가 사라졌고,
다른 직업들은 그 수치만큼 상향을 받으면서 상대적인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메인 디렉터인 김남준 PD는 검성을 사실상 "탱커" 포지션으로 규정하였다.

사실 이 패치가 내가 아이온 2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아이온 2는 어느 정도 성장 구간에 도달하면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와 내실을 갖추게 되면,
추가적인 과금이나 플레이로 극적인 격차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즉, 내가 아무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사용하더라도
게임사가 정해놓은 직업 간 성능 차이를 뒤집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내가 100만 원을 더 투자해도 딜러 직업과의 격차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게임에 대한 재미는 급격하게 식어버렸다.

또한 운영진의 의도도 어느 정도 읽히기 시작했다.

당시 신규 직업은 근접 딜러 포지션으로 출시가 예정되어 있었고,
기존 검성과 역할군이 상당 부분 겹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검성을 탱커 포지션으로 밀어내고,
신규 직업이 근접 딜러의 자리를 차지하도록 설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이 실제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투자해 키워온 캐릭터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방향의 직업으로 바뀌어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아이온 2의 미래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3. 과도한 숙제와 볼품없는 보상

주에 32번이상 던전을 돌아아야하는 게임에서 1%확률로 획득 가능한 장비가 최종 보상으로 설정되어있음.

아이온 2는 주 2회 진행 가능한 성역을 제외하면,
주간 횟수 제한이 존재하는 원정과 초월 컨텐츠를 반복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구조였다.

유저는 성역을 클리어한 이후 남는 시간 동안 원정과 초월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 컨텐츠들의 핵심 보상은 대부분 키나였다.

문제는 주간 제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주 반드시 횟수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지만,
정작 키나를 사용해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복 컨텐츠를 수행할수록 창고에는 사용처가 마땅치 않은 키나만 쌓여갔고,

결국 숙제를 하기 위해 접속하고,
숙제를 끝내면 지쳐서 게임을 종료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보다 반복적인 던전을 돌기 위한 노동에 가까운 플레이가 이어졌다.

결국 어느 날 숙제를 하지 않게 되었고,
그 순간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이 게임을 이제 떠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2026년 최고의 게임

언리얼 5 엔진의 그래픽

6개월간 아이온 2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초창기 포스팅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운영진의 빠른 피드백과 유저와의 적극적인 소통,
그리고 뛰어난 그래픽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특히 초반 구간에서 느껴진 재미는 최근 플레이했던 MMORPG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POE2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처럼 게임에 몰입했고,
MMORPG라는 장르 특성상 게임 속 지인들과 함께 플레이하며
현실에서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깊게 빠져들었다.

언리얼 엔진 5로 구현된 그래픽은 현존 MMORPG 중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배경과 캐릭터 표현,
끊임없이 추가되는 몬스터와 지역들,
그리고 수백 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규모 PvP까지.

물론 기술적인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규모를 감안하면 NC소프트의 기술력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게임 자체는 정말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검성을 플레이하던 유저로서 느꼈던 박탈감과 배신감은
그 모든 장점을 덮어버릴 정도로 컸다.

파티 모집창에 "검성 X"라는 제목이 붙어 있던 시절에도,

파티에 들어갔다가 직업 때문에 강제 퇴장을 당하던 시절에도,

성역 연대 기믹을 4시간 동안 반복하던 순간에도,

나는 단 한 번도 게임이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밸런스 패치가
그동안 쌓아왔던 애정을 모두 무너뜨렸다.

MMORPG의 RPG는 결국 Role Playing Game,
즉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나는 검성이 가진 역할이 좋아서 검성을 선택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역할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만약 바뀐 역할이 의미 있는 방향이었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플레이했던 아이온 2에서
탱커라는 역할은 점점 필요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결국 나는 아이온 2를 떠나며 두 가지를 배웠다.

첫 번째는 RPG를 사랑하는 유저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게임을 떠나게 되는가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게임 기획에서 데이터와 통계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감정이라는 사실이었다.


E.N.D


게임을 떠나보내고 한달이 넘게 지난 후 포스팅을 작성하는 동안 

게임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비록 필자는 게임을 떠났지만 

지금의 아이온 2는 새로운 대규모 시즌을 맞이하고 새로운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해당 글은 아이온 2라는 게임을 하지말라는 의미보다는

MMORPG에 충성하던 유저가 어떤 이유로 게임을 떠나게 되었는지 

기록하는 목적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